발달지연, 말이느린아이 초등학교 입학 후 적응기 (제나이 입학)

필자의 첫째 아들 호호는 언어/신체능력 발달이 느린 아이다. 게다가 생일도 12월로 늦다.


그나마 호호가 다섯살 때 처음으로 받았던 발달검사에서는 또래보다 26개월 이상 늦다는 결과가 나왔었지만, 그 이후 언어치료ㆍ감각통합치료 등의 발달치료와 미술ㆍ체육ㆍ학습지 등을 집중적으로 시키면서 초등학교 입학 전인 7살 때는 또래와의 격차가 1년 정도로 줄어들었다.


사실 그래도 생일이 빠른 또래와는 거의 2년 차이가 나는 것이나 마찬가지었으니, 초등학교를 제나이에 입학시켜야할지, 아니면 1년 유예를 시켜야할지를 두고 필자 부부는 깊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고민 끝에 제나이에 입학시키기로 하고, 정말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초등학교 1학년 1학기를 보냈는데, 다행이 그간의 노력들로 인하여 호호도 학교에 잘 적응했고, 아직도 또래보다 느리긴 하지만 하나씩 차근차근 따라가고 있어 다소 안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여 이번 포스팅에서는 호호처럼 생일이 늦거나 발달이 느려 초등학교를 제나이에 입학시킬지, 유예시킬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엄마ㆍ아빠들을 위하여 필자내외의 경험을 소개해보도록 하겠으니, 본 정보를 참고하여 결정을 내려보길 바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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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행복을만드는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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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아이 초등학교 적응기




적응기


사실 제나이에 학교를 보내야겠다고 결정했던 가장 큰 이유는 호호 자신의 의사였다.


"8살이 되면 친구들은 다들 초등학교에 들어갈꺼야. 하지만 초등학생이 되면 이제 공부도 운동도 더 열심히 해야하고, 한글도 다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잘 할 수 있겠어? 아니면 어린이집 한 해 더 다닐까?"


이런식으로 물어봤을 때 호호는 분명히 친구들이랑 같이 초등학교에 가고 싶다고 했다. 사실 호호가 말도 느리고 신체능력 발달도 느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존심이 강하고, 워낙 밝아서 또래들과 어울리는걸 좋아한다. 솔찍히 말하자면 필자도 호호에게 직접 이 대답을 듣고싶었다.


왜냐하면,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잘 적응하고, 또래 수준에 맞추어 따라가려면 아이 자신의 동의와 의지/각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렇게 호호는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고, 각오는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1학기는 아이도 필자내외도 정말 많이 힘든 시간이었다.




입학 초기 어린이집과는 완전히 다른 학습환경 - 지각하면 안되고, 수업시간에 가만히 앉아서 수업을 들어야 하고, 자기 물건을 직접 챙기고 정리정돈해야 하고, 숙제나 준비물 등을 챙겨야 하는 등 - 에 호호 나름대로는 멘붕이 왔던 것인지 몰라도, 담임 선생님은 호호와 전혀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정도로 엉망인 모습을 보였고, 그 결과 담임 선생님은 ADHD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어떨지, 아이를 도움반(특수반)으로 옮기는 것이 어떨지 등에 대해서 필자의 집사람에게 의견을 보내오기도 했었다.


더군다나 호호는 어린이집에 있는 내내 담당선생님들을 너무 잘 만나서 다들 호호를 너무 예뻐해줬었는데, 초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은 엄한 스타일이다 보니 호호가 더 적응을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담임선생님 입장에서도 그렇게 생각할만 했던 것이, 수업시간에 돌아다니거나 떠들거나 엎드려 자고, 선생님이 뭐라고 하면 같이 화를 내기도 하고, 말귀도 잘 못 알아듣고, 친구들과도 자주 싸우고, 자기 주변 정리정돈도 안되고, 준비물이나 전달사항이 잘 전달되지 않는 등 충분히 그럴만 했었다.


하지만 호호의 이런 모습은 평소 모습이 아니었다. 사실 어린이집에서도 호호는 반이 바뀔 때마다 이렇게 심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모습을 보였었기 때문에 필자는 이 시기만 잘 넘기면 좋아지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물론 집사람은 많이 불안해했지만...


그래서 1학기 초 상담 때 필자는 담임선생님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호호가 또래들보다 느리긴 하지만 최근의 모습은 실제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어린이집에서도 반이 바뀔 때마다 환경변화에 예민한지 적응기가 필요했었는데, 아마도 환경이 많이 바뀐 탓에 아이가 많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으니, 조금만 더 지켜봐주십시오. 집에서도 더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느리다보니 저희 내외는 1학년 학교생활 목표를 학습보다는 학교생활 적응에 두고 있습니다. 사실 어릴 때 공부보다는 많이 뛰어놀게 해주고 싶고, 공부에 흥미를 잃을 만큼 스트레스를 주면서까지 시키고 싶지는 않습니다. 늦게 시작하게 되더라도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러니 선생님도 그럼 우선 1학기는 지켜보자고 하셨고, 대신 1학기 내에 큰 변화가 없고 한글도 못 떼면 2학기 때는 어쩔 수 없이 도움반으로 보내야 할 것 같다고도 하셨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 입장에서는 학부모님들 중 학습에 신경을 쓰는 분들이 많다보니, 그에 맞춰줄 필요가 있고, 그래서 부모님의 의견이 중요하다고도 하셨다.


다만 도움반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쁘게만 생각지 말고, 오히려 느린 아이들은 그 진도에 맞게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더 나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물론 이러한 선생님 말씀이 틀리지는 않지만 사실 사람은, 특히 아이들은 주위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도움반이나 특수반으로 가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다.


그래서 그 때부터 필자의 집사람은 학교 활동이나 학부모 모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반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태권도장을 수소문하여 그 곳에 호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글 공부도 더욱 집중적으로 시켜야겠다고 생각하여, 일주일 두 번 진행하던 한글 방문학습지를 취소하고, 집 근처 잘한다는 공부방을 수소문하여 매일같이 보냈다. 이외에도 해오던 방문미술수업이나 언어치료/인지치료도 계속해오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호호 자신의 의사를 확인하여 스스로 하고싶다고 하여 시작한 것이며, 아이가 이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힘들어하지 않도록 매일 같이 안아주고 격려해주고 너무 잘한다며 칭찬해준다.


그 결과 태권도장 효과로 반 친구들과의 관계가 원만해져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으며, 한글 공부도 공부방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저녁에 엄마와 숙제로 매일 같이 하다보니 이제는 띄엄띄엄 책 한권을 다 읽을 수 있고, 전달사항이나 준비물도 알림장에 직접 연필로 써서 가져올 정도가 되었다.




물론 이렇게 되니 담임 선생님도 최근 호가 많이 좋아졌다 하시고, 같은 반 엄마들도 최근 호호가 몰라보게 많이 좋아졌다고들 얘기하곤 한다. 


뭐... 아직 갈길이 멀긴 하지만, 이렇게 한숨은 돌렸다.



정리해보자면...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중요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그것이 아이와 관련된 문제라면 아이 자신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 


물론 아이가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아이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하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바람직한 의견을 가질 수 있도록 평소 가치관을 심어주어야 한다.


즉, 호호처럼 발달이 느린 아이라고 하더라도 부모의 입장에서 결정을 해버리고 아이에게 따르라고 해서는 좋은 결과가 나타날 수 없다. 그러니 초등학교에 제나이에 입학을 시킬지에 대한 문제도 가장 우선은 아이의 의견을 확인해보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느린 아이라면 초등학교 입학 후 더 힘들어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못한다고 나무라기 보다는 더 따뜻하게 감싸줘야하며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해줘야 한다.


그리고 필자의 경우는 다른건 뭐라고 하지 않지만 딱 한가지에 대해서만은 매우 엄격한데, 바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엄하게 벌한다. 이것은 '약속'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필자가 아이에게 취하는 전략이다.


필자는 호호가 아기 때부터 꾸준히 이러한 원칙을 가지고 아이를 대해 온 결과 호호는 약속 하나는 잘 지키는 편이다. 물론 약속은 한 번에 하나 혹은 두개씩만 하고, 그것이 고쳐지면 또 새로운 약속을 하는 식으로 한다.


초등학교 입학 후 적응하는 과정에서도 이 약속 효과를 많이 보았는데, 1학기 내내 호호와 약속을 했던 것은 "수업시간에 졸거나 돌아다니지 않고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기"와 "친구들과 싸우지 않기" 였고, 기특하게도 약속을 잘 지켰다.


또한 앞서 소개한 것처럼 반 친구들이 많이 다니는 태권도장에 보냈던 것이 학교생활 적응에 효과가 컸고, 한글을 떼는데 있어서는 매일 같이 수업을 하는 곳이 효과가 컸다. 물론 밤마다 아이가 하기 싫어하는 숙제를 설득시켜서 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엄마가 학교 활동 - 교통안전 봉사활동, 도서관 자원봉사 등 - 에 열심히 참여하는 것도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고, 또 아이가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보다 자세하게 알 수 있으므로 유익하다.





이상으로 발달지연, 말이느린아이인 호호의 초등학교 입학 후 적응기에 대하여 소개해보았는데, 솔찍히 1학기 내내 마음 조이고 많이 힘들긴 했지만, 적응하는데 성공한 듯 하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아이가 원한다면 용기를 내어 도전해보길 바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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