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태어난 후의 변화

필자는 올해 7살이 된 첫째 '호호'와 이제 갓 생후 6개월이 지난 둘째 '하하'의 아빠이다. 


첫째는 아들이고 둘째는 딸인데, 여담이지만 내리 아들만 있거나 딸만 있는 친구들은 기술 좀 알려달라며 부러워하곤 한다. 그럴때마다 필자는 농담으로 영화 '타짜'에 나오는 대사를 인용하며 "기술 잘 못 쓰다가 거시기 날아가는 수가 있어~" 하면서 친구들과 한바탕 웃곤 한다.




오른쪽이 첫째 '호호', 왼쪽이 둘째 '하하'


사실 필자는 특이하게 둘째도 아들을 바랬다. 골고루 낳는 비결이라면 반대로 원하기? ^^;;




그리고 첫째와 둘째 사이에 터울이 많은 편인데, 여기에도 사연이 있다.

우리 부부는 첫째 '호호'에게 무척이나 시달렸는데, 아기 때는 잠투정이 너무 심해서 최하 한 두시간 업고 있어야 겨우 재울 수 있었고, 그나마도 오랜 시간 푹 자는 것도 아니어서 새벽에도 깨면 업어서 재웠다. 잠 못자는 우리 부부도 그렇지만 목청도 여간 큰게 아니어서 동네 이웃들에게도 본의 아니게 민폐를 많이 끼쳤다. 


또 걸음마, 기저귀떼기, 말하기, 학습능력 등 크면서도 또래들보다 많이 느리고 수시로 다치고 찢어지고 깨지고해서 우리 부부의 애간장을 여간 태운게 아니다. 물론 지금도 또래들보다 느리긴하지만 그때에 비하면 무척이나 많이 좋아졌다. 물론 여기서도 우리 부부의 눈물 겨운 노력이 있었다.


아무튼 이러한 등등의 이유로 필자도 그렇고 집사람도 그렇고 둘째는 생각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둘째를 낳은 다른 부모들의 마음도 그러하겠지만 나중에 부모들이 떠나고 나면 세상에 덜렁 혼자 남게 될텐데 피붙이가 있으면 서로 의지할 수 있고, 하다못해 집안모임에 가도 자기 식구들끼리 혹은 형제들끼리 끼리끼리 모여 앉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형제가 없으면 첫째가 얼마나 외로울까... 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면서 우리 부부도 뒤늦게 둘째 생각을 갖게 되었다. (사실 우리는 둘째에 대해서 집사람이 더욱 적극적이었고, 필자도 생각은 있었으나 다소 소극적인 편이었다)



결국 첫째 이 녀석 때문에 둘째를 갖게 된 셈이다 ㅎㅎㅎ


이렇게 해서 우리 부부는 역사적인 둘째 갖기 프로젝트(프로젝트명: 속전속결)에 착수하게 되었는데, 우리 부부가 첫째를 너무 쉽게 가져서인지 몰라도 둘째도 마음만 먹으면 바로 가져질꺼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속전속결로 하자라고 한 것인데 그건 자만이었다.


몇개월의 노력 끝에 임신에 성공했지만 곧 유산되어버렸고, 그 이후로는 집사람도 그렇고 필자도 그렇고 겁을 먹어서인지 아니면 자만에 대한 벌이었는지 모르겠지만 1년 넘게 온갖 노력을 다해도 쉬이 임신이 되지 않았다. 더욱이 우리 부부의 나이도 30 후반을 넘어 40을 향해 가고 있었고, 급기야는 하늘이 우리 부부에게 하나만 허락하시나보다... 라는 생각을 하며 사실 반쯤 포기상태에 이르렀었다.

(사실 우리 부부는 이때서야 아기를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또 얼마나 큰 축복인지 깨닫게 되었고, 주위의 난임 또는 불임부부들의 고통을 다소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장모님이 꿈을 꾸셨는데, 꿈에 할머니가 예쁘게 생긴 고구마만 골라서 바구니에 담아주던데 아무래도 태몽같더란다. 그런데 장모님 주위에 딱히 임신할만한 사람도 없고해서 우리한테 전화를 하셨단다. 그 때는 좋은 날에 부부관계를 했던 것도 아니고 해서 집사람이 우리 아닐꺼야... 라면서 넘겼는데 이후 혹시나 해서 테스트를 해봤더니 임신 맞더란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신기한 것이 첫째는 필자의 어머니가, 둘째는 장모님이 태몽을 꿨는데, 유산했을 때는 주위에 태몽을 꾼 사람이 없었다. 



둘째 '하하'의 정밀초음파사진

둘째를 어렵게 가진 것은 자만에 대한 벌이 아니었나싶다. 그리고 더욱 소중히 키우라는 하늘의 뜻도...


아무튼 이토록 어렵게 우리 둘째 '하하'가 고맙게도 우리 부부에게 와주었고, 새로운 식구가 생기면서 우리 부부와 첫째 '호호'에게도 짧은 시간 많은 일이 있었는데, 둘째를 생각하고 있거나 임신 중에 있는 분들은 꼭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 첫째에게 생긴 변화


1. 첫째의 시샘과 질투,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우리 부부의 경우 첫째들의 시샘현상에 대하여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었던 바, 둘째가 태어나던 날에도 첫째에게 "엄마가 애기 안아봐도 돼?" 하고 허락을 맡고 안아보는 등 나름 메뉴얼에 충실하게 처신했고 또 첫째와 둘째의 터울도 조금 있는데다가 첫째가 별로 내색하지 않아 우리 부부는 첫째에게 시샘이 없다라고 착각하고 섣부르게 마음을 놓았다.


그런데 둘째가 태어난지 한 달 정도 지난 어느땐가부터 첫째가 갑자기 고함과 괴성을 지르고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등의 행동을 하기 시작했고, 그럴때마다 필자가 타이르기도 하고 혼도 내고 했는데 증상은 더 심해져 갔다. 급기야는 방문학습교사에게 자폐 증상이 일부 보이는 것 같다는 충격적인 소리를 듣고 다니던 어린이집 담임선생님과 언어치료 선생님에게 상담을 받아본 바 공통적인 결론은 바로 시샘과 질투 때문이었다. 




그러고나서 첫째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보니 엄마는 대부분 아기만 안고 있고 자기랑은 잘 놀아주지도 않고, 아빠는 아기 근처에서 놀면 위험하다고 뭐라고 하고, 뛰어다니면 또 아기 깬다고 뭐라고 하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예전에는 자기를 제일 먼저 반겨줬는데 이제는 아기부터 보니까 심리적으로 상당히 불안했을 수 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 진짜 자폐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우리 부부는 상의 끝에 다음과 같은 행동지침을 정해 실천하기로 했다. 


1. 집에 들어오면 일단 첫째부터 아는척하고 오래 꼭 안아주기.

2. 첫째가 말하면 둘째가 울어도 일단 내려놓고 관심가지고 들어주기. 

3. 약속을 안 지키는 것 이외에는 혼내지 않기. 단 약속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 한가지만 하기.

4. 엄마아빠 모두 시간 내서 놀아주고 사랑한다는 표현과 스킨쉽 많이하기.

5.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도 위 행동지침을 알려주고 참여하도록 하기.


인내심을 갖고 이렇게 보름 정도 하니까 정말 다행히도 차츰 고함, 괴성을 지르는 횟수가 줄어드는 등 회복되는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6개월 정도 지난 현재는 다시 예전처럼 애교 많고 밝고 장난기 넘치는 '호호'로 돌아왔다. 


2. 호호가 드디어 하하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다


위의 일이 있은 이후로 호호의 선생님들호호에게 한 번씩 "집에 식구들 누구누구 있어?" 하고 물어보신다고 한다. 그럴때마다 호호는 항상 "아빠랑 엄마랑 나 이렇게 세명 있어요." 라고 말했었는데, 몇일 전 드디어 "아빠랑 엄마랑 나랑 하하랑 이렇게 네 명 있어요."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호호가 드디어 둘째 하하를 식구로 받아들인 것인데, 요즘은 하하가 귀엽다고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팔배게도 자기가 해주려고 하고 난리도 아니다 ;;;


이렇게 또 한 고비를 넘겼다...



# 부부에게 생긴 변화


1. 각오가 새로워진다.


필자와 같이 외벌이인 집은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가장 크게 다가올 것이다. 또한 맞벌이인 경우도 둘째부터는 육아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외벌이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맞벌이부부의 경우는 둘째 계획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특히 외벌이와 맞벌이의 소비패턴과 라이프스타일이 서로 다른 점을 인지하고 이에 대하여 충분히 각오하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


-  외벌이는 적게 벌어 적게 쓰는 소비패턴이고, 맞벌이는 많이 벌어 많이 쓰는 소비패턴이다.

-  사회생활과 가사를 병행하는 것도 힘들지만, 하루종일 집에서 애보고 가사에 매달리는 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정신적으로 훨씬 더 힘들 수 있다.


아무튼 이러한 부담감으로 우리 부부는 일과 평소해오던 공부에 조금 더 박차를 가하는 등 각오가 새로워진 계기가 되었다.


2. 부부 간 관심과 사랑표현이 줄어든다. 


사람의 관심도 일종의 자원으로 무한하지 않다. 둘째가 생겼으니 관심을 하나 추가해야 하는데 관심이라는 자원이 무한하지 않으니 부부상호간 또는 부모형제친구 등에게 주었던 관심 일부를 빼올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당연한 현상인데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 상대방에게 서운할 수 있다. 

우리 부부도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는 "사랑해~" 라는 표현도 자주하고 뽀뽀도 잘해주고 장난도 많이 치고 했는데 둘째가 태어나고 난 후 어느땐가 보니 이러한 횟수가 많이 줄어있었다. 그래서 가끔 집사람이 "나한테 관심이 없어졌어" 라고 장난식으로 얘기 하는데 왠지 조금은 필자에게 서운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모두 자식보다 더 소중한건 부부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3. 육아(育兒)가 아닌 육아(育我)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둘째가 태어난 후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일들을 겪고 또 느끼다 보니 새삼 육아란 아이를 키우는게 아니라 나 자신을 키우는 것이라는 말이 새삼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첫째를 키우면서 필자도 많이 느끼고 성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둘째를 낳아보니 아직도 한참은 멀은 것 같다...



Written by 행복을만드는전략가 _ 독한 세상에서 행복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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