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전략개론 - 1. 전략의 고전적 현대적 의미

경영정보, 컨설팅/전략연구소
2017. 1. 17. 06:00

앞 시간을 통해 우리가 사는 현대에서는 '전략'이라는 단어를 참으로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그 폭넓은 사용성과 중요성에 비해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개념은 다소 모호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전략'이란 녀석의 원래 모습과 현대 모습의 비교를 통해 그 의미가 어떻게 변하였는지 확인해보고, 현대에서는 '전략'을 어떤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지도 살펴보도록 하겠다.

고전적 의미에서의 전략(戰略)은 말 그대로 전쟁 수행을 위한 갖가지 책략을 의미하는데, 주지하다시피 전쟁은 개인의 생사 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흥망을 좌우하는 국가중대사로, 지는 쪽은 노예가 되거나 엄청난 정신적ㆍ경제적 수탈을 당하는 등 차라리 죽느니만도 못한 삶이 주어진다.

그러므로 가용자원을 총동원하여 어떠한 수를 써서라도 이겨야만 하는 것이 전쟁인데, 하여 전쟁터에서는 속이고 배신하고 반칙하는 등의 어떠한 비겁행위도 승리를 위해서라면 정당화될 뿐 아니라 오히려 적에게 이런 비겁한 짓을 잘하는 지도자가 영웅이 되고 위인이 된다.

이는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병법서인 '손자병법'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것인데, 전쟁은 속임수(병자 궤도야_兵者詭道也)이고, 이길 수 있는 전쟁만 해야 한다(가승자 공야_可勝者攻也). 그러므로 전쟁은 다 이긴 판에서 약자를 상대로 하는 것이고(승이패자야_勝已敗者也),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처럼 전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것이므로, 인간의 모든 사고능력을 총동원하여 전략을 개념화ㆍ구체화하고 조직화하여 실행해야만 하고, 이 과정에서 무기, 병법 등의 군사학적인 측면은 물론이거니와 보다 근원적인 철학적 측면까지 모든 학문과 사상을 아우르게 된다.

따라서 고전적 의미에서의 전략은 '지면 죽는다'라는 비장함에서 출발하여 종합적지식과 고도의 사고력을 통해 만들어진 승리를 위한 방법들의 종합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전략' 이라는 녀석의 의미도 과거와 동일할까?

한 예로 '학습전략' 이라는 말을 고전적 의미에서의 '전략'으로 이해하자고 하면, 과연 '학습' 이란 단어와 '전략'이라는 단어가 쉽게 매칭이 될까? 아마도 쉽게 매칭되지 않을 것이다. '학습' 이라는 것은 목숨을 내놓고 하는 싸움도 아닐뿐더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키아밸리적 행위가 정당화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적 의미에서의 '전략'은 고전적 의미와는 분명 다른 개념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왜 이토록 비장하고 비인간적이고 어떻게보면 무섭기까지 한 '전략' 이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흔하게 사용되기 시작한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따로 연구해볼 필요가 있겠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아마도 경영학의 세부학문으로 경영전략이 도입되면서부터가 아닌가 싶다.

경영학이 경영전략을 세부학문으로 본격 도입한 때는 지금으로부터도 그리 오래지 않은 20세기 중반 경인데, 이 시기는 좋은 제품을 생산만 하면 팔려나가던 시절이 지나가고 기업들이 생존을 위하여 무한경쟁을 펼치기 시작한 무렵으로, 경영현장이 실제 전쟁터를 방불케할만큼 치열해진 시기이기도 했다.

또한 현대사회에서는 물질적 가치가 생활의 대부분을 지배하는 만큼 경제력을 상실하면 전쟁에서 패배하는 것과 다를 바 없고, 경쟁대상이 뚜렷하고 또 기업들의 덩치가 하나의 국가에 필적할 정도로 거대해져 생존경쟁에 있어 종합적 지식과 고도의 사고력을 요구하게 되었다.

결국 경영환경과 고전적 의미에서의 '전략'과의 공통점이 매우 많아진 셈인데, 이에 따라 경영학에서는 고전 '전략'에서의 지혜와 지식을 적극 차용하는 한편, 경영환경에 맞는 새로운 전략모델을 연구ㆍ발전시켜왔다. 그리고 이러한 경영활동이 저변화 되면서 자연스럽게 대중들도 널리 사용하는 현대적 의미에서의 '전략'으로 탈바꿈하게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고전적 의미에서의 '전략'은 현대에 이르러 '군사전략' 이란 용어로 대체되었고, 현대적 의미의 '전략'은 고전적 '전략'에서의 '목표달성에 대한 강한 의지(비장함)', '생존철학', '경쟁기술', '전략적사고' 등의 지혜와 지식들을 활용하여 수립한 '해당 분야에 대한 목표달성방법의 종합판' 이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