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급 요양병원에서 아버지를 1년 정도 모셔보니...

필자의 아버지는 5년 전 사고로 뇌병변장애 1급을 받으셨다.


사고 초기에는 이런저런 수술도 많았으며 수술 후 안정화 기간 등이 필요하여 주로 3차병원에 계셨고, 다소 안정화가 된 이후에는 2차병원과 요양병원, 재활병원 등에서 아버지를 모셔왔다.


그 중 요양병원으로 옮겼을 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요양병원 별 등급정보를 참고하여, 집과 멀지 않은 1등급 요양병원을 선택하였고, 그 곳에서 1년여를 보냈었는데, 결과부터 말해보자면 1등급이라고 해서 만족도도 1등급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여 이번 포스팅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 기준 1등급으로 분류된 요양병원에서 1년여간 보호자로서 생활해본 필자의 경험과 소회(所懷) 한 번 공유해 보도록 하겠으니,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고자 하는 분들은 본 정보를 참고해보길 바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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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행복을만드는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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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 요양병원에서의 1년




유사기관들 간의 차이점


요양병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기관들 간의 차이, 즉, 일반 병원과 요양병원의 차이, 그리고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일반 병원은 해당 질병이나 장애의 적극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기관인 반면, 요양병원은 보호자를 필요로 하는 질병/장애 및 임종을 앞둔 노인들의 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되지 않도록, 소극적인 치료와 보호자들을 대신하여 케어해주는 역할을 주로 하는 기관이다.


즉,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기대하는건 적합하지 않으며, 만약 요양병원에서 입원 중 전문과의 진료를 받아야 하거나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일반 병원으로 옮겨야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질병이나 장애가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비록 '병원'이라는 말이 붙어있기는 하지만, 요양병원은 환자에게 적절한 기관이 아니다.


반면, 요양원의 경우는 치매를 포함한 노인성질환 등과 같이 치료나 질환의 관리보다는 환자의 일상 생활을 돌봐주는 서비스 기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 일반병원과 요양병원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기관이라면, 요양원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되고,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되는 기관으로 장기요양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받아야 한다.


다만, 장기요양등급을 받으면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는 가장 저렴하다.


결국, 정리해보자면 요양병원은 일반병원과 요양원의 중간 정도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즉, 일반병원보다 저렴한 입원비에 주사를 맞는다던지 감기 등의 기본적인 진료를 본다던지 하는 소극적인 치료가 가능하면서 환자의 식사, 의복, 대소변 등의 기초적인 관리도 가능한 장점이 있다.



1년 간의 경험


필자는 서두에서 언급하였듯 아버지를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에서 모시고 싶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평가등급을 참고하여 1등급 요양병원을 찾아 그 곳에서 아버지를 1년여간 모셨다.


참고로 집 근처의 1등급 요양병원을 찾는 법은 아래의 '관련글' 을 참고해보자.


[관련글] 근처 1등급 요양병원 찾는 방법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의 평가는 의료인력과 필요인력이 적정한 수준인지, 그리고 환자의 신체기능, 인지기능, 배설기능, 피부상태, 질환관리, 영양상태 등을 잘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정량적으로 체크하여 점수화하고, 이를 등급으로 나눈 것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요양병원을 선택할 때 참고자료로 활용할만한 가치가 있다.


다만, 의사나 간호사들의 실력이나 세심함/적극성, 요양보호사나 간병인들의 친절, 환자나 보호자의 만족도 등 정성적인 부분의 평가는 반영되지 않았으므로 등급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데는 문제가 있다.


필자가 아버지를 모신 요양병원 역시 시설 수준이나 의료진의 수 등 정량적인 측면에서는 우수했다.


하지만 필자가 1년간 느꼈던 부분을 요약해보자면 의료진을 포함한 서비스제공자들이 환자를 하나의 인간으로 대하기 보다는, 자기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가축이나 물건처럼 대한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었지만 그런 분들은 소수이고 전반적인 분위기는 그랬다.


특히 눈에 빤히 보일 정도로 환자를 돈으로만 취급한다는 느낌은 상당히 불쾌했는데, 불필요한 치료를 많이 권하는 편이고, 또 그러한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 전문가인 의사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면서 보호자가 잘못됐다는 식으로 몰아붙이기도 하였다.


그러면 보호자 입장에서는 환자에게 나쁜 영향이 미칠까봐서 어쩔 수 없이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다.


또 환자 관리 측면에서는 기준을 충족하는 만큼만 - 더 심하게 말하면 딱 죽지 않을 만큼만 - 기계적으로 관리한다. 그러다보니 필자의 아버지와 같이 거동이 불가능한 와상환자의 경우는 사실상 별도의 간병인 없이는 기본적인 케어도 되지 않았고, 그래서 필자의 경우는 요양병원에 있으면서도 별도의 간병인을 고용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여간 해당 요양병원에서 있었던 이유는 다른 병원으로 옮긴다는게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중환자의 보호자라면 더 많이 느끼겠지만, 병원을 옮기면 그 병원의 시스템을 파악해야 하고, 또 그 병원 의료진에게 환자를 잘 봐달라고 아부 아닌 아부도 해야한다.




그리고 여기가 1등급 요양병원인데 다른데 가봐도 뭐 별다른데가 있겠느냐... 라는 생각도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장기요양등급을 받아 아버지를 요양원으로 옮기기 위해서 기다렸던 부분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요양원으로 옮기길 백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요양원에서는 적어도 환자를 돈으로 본다는 느낌은 없었으며,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편이다. 물론, 감기만 좀 심하게 걸려도 자꾸 병원으로 보내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결국, 환자의 상태가 안정적이고 장기요양등급을 받을 수 있는 경우라면 장기요양등급을 받아 요양원으로 입소하는 것이 환자 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며,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밖에 없는 경우라면 등급만 보지 말고, 의료진의 마인드나 요양보호사들의 서비스 수준 등도 고려하여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이상으로 필자가 요양병원에서 느낀 점과 소회를 공유해보았는데, 필자가 오랜 병원/요양원 생활에서 느낀 점 중 또 다른 한가지는 의료진도 사람이기에, 보호자에 따라서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보호자가 병원에 자주 찾아가서 관심을 보이고, 빵이나 아이스크림과 같이 비싼게 아니더라도 사가지고 가서 간호사나 요양보호사들 주면 아무래도 그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주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러니 좋은 요양병원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입원 후에도 계속 관심을 보이고, 의료진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니 함께 유념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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